인연서설 - 문병란 / 명화 - Rechard S. Johnson 작품

 

 

 

 

인연서설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갈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 났던

너외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셔진 가슴 핏빛 노을에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

 

                                                  글 / 문병란

 

 

 

 

 

 

 

 

 

 

 

 

 

 

Posted by yyju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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